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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차 이나
Keyword1.
우연
Editor.
이나
먼 훗날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순간에 어린 시절의 나와 마주하게 된다면, 그 만남은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까요? 어떤 상상은 우리의 마음속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어떤 우연은 삶의 방향을 완전히 뒤바꾸기도 하죠.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십대 소녀’는 이런 우연한 만남의 순간을 그리며 우리가 잊고 지내던 과거를 불러세웁니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폴란드의 저명한 시인으로, 199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시는 그의 유고시집 『충분하다』에 수록된 작품으로 어린 시절 나와의 만남을 통해, 서로 다른 삶과 경험을 가진 두 존재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다룹니다.
태어난 날이 같다는 단순한 이유로 만난 그 소녀는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으며, 두 세계의 간극은 크고 깊습니다. 잠시나마 우리를 연결하던 친척과 지인들도 노년인 나의 세상에 선 대부분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죠. 소녀는 온전히 소녀로서, 나는 오로지 나로서 존재합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생각과 말을 가진 우리에게도 서로를 잇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천연 모직’에다 ‘줄무늬 패턴’을 가진 ‘그 애를 위해 우리 엄마가 코바늘로 뜬 목도리’이죠.
엄마가 사라진 세상에서도 여전히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랑의 흔적, 결국 소녀와 나를 연결하는 것은 아득해져버린 외형보다도 이런 기억 하나에 더 긴밀하게 얽혀 있는 것입니다.
만약 황혼에 기운 우리가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요? 그 무구한 얼굴을 앞에 두고, 우리는 과연 소녀의 선택에 관여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과거의 삶을 지나 무수히 많은 선택들 속에서 완성된 우리의 삶, 앞으로 펼쳐질 고통과 예견된 슬픔 속에서, 저는 다만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지나온 모든 순간이 아름답고 소중했다고 일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