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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차 진진
Keyword1.
우연
Editor.
진진
발뮤다 램프
여행의 풍경을 밝히는 필수품
“혹시 여행을 떠올리면 미소 짓게 하는 풍경이 있으신가요?” 이른 아침 제주에서 천천히 내려 마시는 드립 커피 한 잔. 독립 서점에서 책 한 권을 골라 날짜와 글귀를 남기는 손놀림. 외진 골목길 상점 앞에서 그 나라에서만 살 수 있는 마그넷을 고심하는 뒷모습.
제가 떠올리는 여행 풍경은 고요한 새벽 발뮤다 램프 조도를 살짝 높이고 시집을 읽는 순간입니다. 2016년 예상치 못하게 받은 생일 선물이 지금까지 제 여행의 동반자가 됐습니다.
누군가에 번거로운 짐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여행에 꼭 챙겨가는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저를 두근거리게 하는 여행지는 조금 불편하고 청결하지 않더라도, 역사를 느낄 수 있고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배를 타고 중국으로 들어가서 두만강을 따라 올라간 백두산.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의 발자취를 따라 영하 20도를 경험했던 러시아 하바롭스크.
작년 여름에는 몽골을 일주일 정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부피와 무게를 줄여야 하는 여행에서 공간을 꽤 차지하는 랜턴은 사치품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기능과 감성을 모두 충족시켜 주는 알찬 녀석입니다.
늦은 밤 동행들끼리 둘러앉아 맥주 한 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때, 모닥불은 없지만 낮은 조도의 램프 등을 보고 있으면 조금씩 진솔한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또 이른 아침 해가 다 뜨기 전, 조용히 시집을 펼치고 싶을 때 좋은 친구가 되어줍니다.
여행이라는 비일상이 끝나면 일상이 다시 시작됩니다. 그러다 문득 방 한구석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발뮤다를 보고 있자면 쌓아왔던 추억이 다시 떠오릅니다. 우연히 시작된 여행과 만남을 다시 일상으로 불러일으키는 순간을 경험하죠. 많은 것들이 쉽게 만들어지고 버려지지만, 정말 소중한 건 추억이 켜켜이 쌓인 어떤 것이지 않을까요. 여러분도 혹시 일상에서 비일상을 떠올리게 하는 ‘무엇’이 있으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