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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차 수련
Keyword2.
호기심
Editor.
수련
당신은 타인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나요?
우리는 낯선 사람에게 순수한 호기심이 생길 때 다양한 질문을 떠올립니다. 이름과 나이, 좋아하는 영화나 음악 등 호기심에서 파생된 질문을 통해 타인에게 다가가며 인간관계의 출발선 앞에 섭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우리의 호기심은 편견으로 인해 방해를 받고 본연의 순수함을 점차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짐 자무쉬 감독의 <지상의 밤>(1991)에서는 택시라는 좁은 공간에서 독대하는 기사와 승객의 대화를 통해 이러한 모습을 거울처럼 보여줍니다.
택시 안에서 만난 기사와 승객의 만남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LA, 뉴욕, 파리, 로마, 헬싱키의 밤을 차례대로 비춥니다. 불특정 다수가 타고 내리는 택시 안에서 각 도시의 사람들은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여러 질문을 하며 서로에 대해 얕지만 인상적으로 알아갑니다. 여러 갈래의 이야기 속에서 오늘 우리는 파리에서 벌어진 에피소드에 주목해볼까 합니다.
서늘함이 감도는 파리의 밤. 야간 운행을 하는 흑인 운전기사(이삭 드 번콜 분)의 택시에 시각 장애인 여성(베아트리스 달 분)이 탑승합니다. 우아즈 부두를 목적지로 말하면서 그녀는 자신에게 익숙한 루트를 설명하고 그대로 가달라고 요청합니다. 이미 택시에 탈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그녀를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던 기사는 요청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운전을 합니다. 시각 장애인이 길을 안다는 사실을 기사는 믿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나 그녀는 이를 단박에 알아채며 항의합니다.
시각 장애가 있음에도 루트를 정확히 꿰고 있던 그녀에게 호기심이 생긴 기사는 이런 저런 질문을 시작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는지, 기타의 생김새나 당근의 색을 알 수는 있는지, 영화관에 가봤자 영화를 볼 수나 있는지, 같은 것들을요. 기사의 질문은 무시와 편견으로 가득하지만 그녀는 보거나 듣지 못해도 느낄 수는 있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당신은 나처럼 느끼진 못할 걸요.” 정말 그녀는 길뿐만 아니라 기사의 피부색과 출신까지 느낌으로 맞 춰버립니다. 앞이 보이는 사람과 다름없이 행동하고 편견 어린 질문이 들어와도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똑 부러지게 피력하는 그녀를 보며 기사는 이 상황이 그저 재밌기만 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기사는 일부러 택시비를 줄여서 말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그녀는 오히려 자신을 동정하지 말라며 기사를 나무랍니다. 때마침 그녀가 택시에서 내렸음에도 참견을 멈추지 않던 기사는 자동차 사고를 내고 맙니다. 시끄러운 소리로 이를 알아챈 그녀는 통쾌하다는 듯 씨익 웃은 뒤 다시 밤거리를 나아가고 파리에서의 에피소드는 막을 내립니다.
영화 속 인물들의 에피소드에 묘한 기시감이 드는 건 우연일까요? 아마 이런 경험은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해봤을 겁니다. 다 커버린 우리는 이제 사람 자체에 대한 호기심보다 사회로부터 체득한 편견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게 더 쉬워진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사라지는 건 어쩐지 슬프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지금 여러분의 호기심은
몇 퍼센트의 순수함을 가지고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