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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차 이나
Keyword2.
호기심
Editor.
이나
호기심으로부터 촉발되는 세계
여러분은 주로 어떤 순간에 호기심을 마주하시나요?
일상의 소소한 풍경 속에서 질문을 발견하고 그 질문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듯 여기, 산책길에서 피어난 질문을 잊지 않고 가져와 쓴 시인이 있습니다.
안태운 시인의 시집 「산책하는 사람에게」에 수록된 <인간의 소리>는 ‘소리’라는 호기심으로부터 완성되었습니다. 온 세상이 고요해지는 밤, 어둠이 내려앉은 시 속 들판에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모닥불의 따스한 불빛이 어우러져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화자는 그 무리를 멀찍이 서서 바라보기만 합니다. 마치 그들 속에 속하지 않은 사람처럼요. 그가 쭈뼛거리는 동안, 그를 둘러싼 사람들은 이제 동물의 이름을 외치며 그 동물과 흡사하다고 생각하는 소리를 내고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몸짓은 마치 이 세상에 저들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자유로워요. 그렇게 광란의 열기가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던 그 순간, 한 사람이 외칩니다.
“인간의 소리는?”
“모두들 잠깐 침묵.”
“그렇게 침묵하다가 사람들은 웃고 있습니다.”
“나는 침묵과 침묵 뒤의 웃음이 인간의 소리라고 이해했어요.”
웃음이 인간의 소리라니! 참 정확하고, 또 다정한 발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로다른 언어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웃음 소리 하나만은 우리의 유일한 공통어니까요.
우리를 제외한 존재들이 인지하는 인간의 소리가 웃음소리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실 그들도 우리가 구별하지 못할 뿐, 제각기 저마다의 소리로 소통하고 있을 것입니다. 시 속 화자는 이런 식으로 우리, 즉 ‘인간’을 관찰하면서 나 아닌 존재의 입장으로 본 스스로를 상기해 보았죠. 잠시나마 인간과 비인간을 잇는 방법으로요. 저는 이러한 호기심이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여유를 주는 것 같습니다.
추신: 그러나 호기심은 때로 골치아픈 질문을 남기고 사라지기도 하죠. 김소연 시인의 <거짓말>이라는 시에는 “만약 피노키오가 지금 내 코가 커질거야 라고 말한다면, 코는 어떻게 될까”라는 구절이 등장합니다. 조금 짖궂긴 하지만 오늘은 제가 끝내 답하지 못한 이 질문을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나누고자 해요. 진실과 거짓의 경계 사이에서 피노키오의 코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