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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블루
Keyword3.
자유 주제
Editor.
블루
한동안 일본 영화에 빠졌습니다. 조용히 흘러가면서도 따뜻한 풍경을 담아내는 영화들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일시호일 (日日是好日) > 영화를 소개합니다. 스무 살의 주인공 노리코는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고, 취업은 어떻게 해야하나, 주변 인물과 비교를 하면서 불안해합니다. 그러던 중 엄마의 제안으로 우연히 다도를 배우게 됩니다. 다도는 찻수건을 두는 방법, 어떤 발부터 걸어야 하는지까지 등 사소해 보이지만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게 많아요. 형식을 지키는 것에 의문을 두자 다도 선생님은 말합니다.
”처음에는 형태를 잡고 거기에 마음을 두는 거죠. 머리로 따지면 안 돼요. 배우기보다는 익숙해 져야죠. 반복이 중요해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 노리코는 자연스럽게 손이 이끄는 대로 다도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새로 온 사람이 더 소질이 있는 걸 알게 되거나, 가장 선배임에도 실수하게 되는 좌절의 순간도 찾아와요. 설 자리가 없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죠. 취미로 하는 일이지만 어느정도 되었다 생각했을 때 더 잘하는 사람이 나타나고, 인정받지 못할 때 정말 괴로울 것 같아요. 그래도 노리코는 계속합니다. 24년 동안 다도를 하며,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낍니다. 형식에 익숙해지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생깁니다.
이 영화는 제 태도를 바꾸게 해주었어요. 저는 1년 반째 요가원에서 요가를 하고 있어요. 일주일 에 두 번을 등록해 놓고 한 번만 갈 때도 많고, 실력이 크게 늘지도 않습니다. ‘이 동작쯤은 제대로 해야지.’ ‘일주일에 한 번밖에 안 가니?’ 속으로 자꾸만 채찍질을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요가 매트에 앉아 생각해 봅니다. 어느 날은 선생님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고, 동작이 조금은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전보다 덜 힘들고, 덜 긴장합니다. 노리코의 모습처럼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고 있는 저를 칭찬해봅니다.
즉각적인 성취가 없어도, 결국 차곡차곡 쌓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만두어도, 노리코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반복의 힘을 믿고 싶어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은 매일이 좋은 날이라는 뜻입니다. 하루하루는 조금씩 다르고, 그 하루들이 모여 제 안에 쌓일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