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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수련
Keyword3.
자유 주제
Editor.
수련
우리가 품었던 그 사랑의 이름
‘어떤 우정은 연애 같고 어떤 연애는 우정 같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최은영 작가의「쇼코의 미소」에 나오는 구절로, 연인이나 가족 간에서만 중점적으로 다뤄졌던 사랑을 친구간의 우정으로도 곱씹어볼 수 있게 하는 말입니다. 이따금씩 우정은 애인이나 부모, 형제보다 더 오래 기억되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 <84번가의 연인>(1987)을 통해 오랜 세월을 걸쳐 완성된 아름다운 우정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1949년 뉴욕. 고전 문학을 사랑하는 무명 작가 헬레인(앤 밴크로포트 분)은 읽고 싶은 책을 찾지만 도저히 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우연히 영국 마크스 서점에서 절판된 서적을 취급한다는 광고를 본 그녀는 사고 싶은 책 목록과 자신의 상황을 편지로 써서 보내고, 편지를 받은 서점 사장 프랭크(안소니 홉킨스 분)는 흔쾌히 책을 보내줍니다. 프랭크의 배려에 감동한 헬레인은 환율까지 계산해서 야무지게 책값을 보내고 그 뒤로 중고 서적이 필요할 때마다 마스크 서점에 부탁합니다. 여기에 더해 전쟁 후 경제난에 빠진 런던의 상황을 알고 통조림과 건포도까지 소포로 보내기도 합니다. 프랭크와 서점 직원들 역시 책값은 물론이고 필요한 물품까지 보내주는 헬레인의 따스함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되죠. 책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이들은 뉴욕과 런던의 물리적 거리를 이겨내고 계속해서 편지로 소통하게 됩니다.
단지 원하는 책을 받기 위해 시작한 편지는 주고받는 횟수가 쌓일수록 친구가 아니라면 하지 못할 사적인 이야기까지 담아내게 됩니다. 문학에 대한 감상은 물론이고 이제는 세세한 근황, 편안한 농담, 각자에게 생긴 기쁜 소식까지 나누게 된 것입니다. 프랭크 뿐만 아니라 서점의 다른 직원들도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게 되면서 헬레인은 서점 안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됩니다. 비싼 비행기표와 어긋나는 타이밍 때문에 얼굴 한 번 보지 못하지만, 헬레인과 프랭크는 서로를 지적이고 유머러스한 사람으로 인식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는 점점 신뢰감 있는 우정의 형태를 띠게 됩니다.
그러나 어느 관계에서나 마찬가지로 함부로 영원을 단정하지는 못합니다. 영화의 말미에 여느 때처럼 프랭크의 편지를 받은 헬레인은 잠시 멈칫합니다. 그녀가 받은 편지는 다름 아닌 프랭크의 부고 소식이었죠. 편지로만 소통하는 것에 만족했던 헬레인은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을 접하고 고마움과 아쉬움의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그간 미뤄두었던 런던 행 티켓을 끊고 마크스 서점으로 향합니다. 그토록 궁금해했던 마크스 서점에 처음 가본 헬레인은 서점 이곳저곳을 둘러봅니다. 한때 프랭크와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을 하고, 많은 손님들로 붐볐던 서점은 이제 철거를 앞둔 채 폐허처럼 변해있었습니다. 헬레인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지만 마지막에 헬레인은 온화하게 웃으며 마침표를 찍습니다. “프랭크, 저 왔어요.”
무려 20년이란 세월동안 지속되는 이들의 교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우정의 범위를 넓혀줍니다. 친구간의 사랑이 그 어느 사랑의 카테고리보다 진중하고 낭만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요.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제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그 친구들과의 우정을, 사랑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염원과 함께 만들어나간 소박하지만 소중한 추억을 더 돈독하게 간직하고 싶다는 바람이 더 강해지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강력한 우정이 있나요? 사랑하는 친구와 함께 이 영화를 보면서 멋진 우정을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