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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이나

Keyword3.

자유 주제

Editor.

이나

나의 아르카디아
당신에게는 소망하는 삶의 이미지가 있나요?

아르카디아(Arcadia)는 고대 그리스의 한 지역으로, 농촌의 소박함과 평화로운 삶을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단순한 지명을 넘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이상향을 의미하는 단어죠. 저는 이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작년 여름날 비 오는 창가에서 바라본 풍경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날도 언제나처럼 평범한 날이었어요. 물을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나섰던 저는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에 순식간에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비에 젖은 나무의 풀잎들이 불투명하게 비치고, 온 세상이 한층 더 짙어지는 가운데 여름장마의 계절감이 온전히 저를 감싸 안았죠. 온몸이 치덕치덕 달라붙는 불쾌한 습기 속에서도 풍경의 이미지는 아주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지금이라면, 잠시 밖으로 나가 이 계절이 주는 감각에 잠식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그렇게 세탁실 창가에서 오후의 어스름한 빛을 느끼던 중, 저는 문득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비 오는 날 놀이터를 뛰어다니던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분수대에서 서로 물총을 쏘며 놀던 순간들이 어디로 간 걸까?

꿈꾸는 미래란 어쩐지 겪어본 적 없는 대단한 무언가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제는 추억 할 수밖에 없는 한 시절의 행복도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이었다는 걸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이들과 이따금 매실을 따며 놀던 놀이터는 이제 더 이상 그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그곳은 주민들이 이따금 헌 가구를 내다 버리는 공터가 되었고, 분수대에서 물총을 들고 서로를 쫓고 쫓던 순간은, 추억의 스릴로 남아 있죠. 흠뻑 젖어도 좋았던 그때의 즐거움과 상쾌함은 이제 과거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아르카디아는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혹은 지나온 현실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순간들 속에 숨어 있는 게 아닐까요? 비 오는 여름날, 세탁실 창가에서 느꼈던 회고의 순간처럼, 다시금 곱씹게 되는 그리운 모든 순간들이 바로 우리의 아르카디아인 거죠. 너무나 많은 것이 순식간에 바뀌고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당신의 마음속 깊이 존재하는 아르카디아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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