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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진진
Keyword3.
자유 주제
Editor.
진진
예상치 못한 환대의 향기
익숙한 향기로 인해 추억이 소환되는 경험을 한 적 있으신가요? 낯선 장소와 공간이 갑자기 친근해지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공중목욕탕에 다녀온 아버지에게서 나는 스킨향, 출근 지하철역에서 옛 연인이 선물한 향수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마음의 진폭을 건드립니다. 후각은 시공간에 대한 기억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듯합니다.
꽤 오래된 기억이지만 여전히 저에게 영향을 미치는 향이 있습니다. 이솝Aesop의 아로마틱 핸드 워시입니다. 경남 부산에서 외로운 군 시절을 보낼 때, 주말마다 집으로 초대해 주던 가정이 있었습니다. 생후 6개월이 된 아기까지 있었지만, 초대받아 따뜻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금요일 저녁, 그 집에 들어가 손을 씻고 나면, 향긋한 시트러스 잔향이 손에 묻어있었습니다. 그 향은 고단한 타지 생활의 위로가 되곤 했습니다.
전역 후 서울로 돌아왔지만, 종종 환대받았던 기억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이솝 매장을 방문합니다. 일반적인 스킨 케어 브랜드는 매장에 들어선 고객에게 컨설턴트가 다가와 원하는 제품을 묻고 곧장 구입까지 독려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솝은 시간을 들여 고객과 대화하기를 원합니다. 따뜻한 차를 권하고, 세면대에서 손을 닦게 하죠. 그러면서 곁에 서서 제품에 대해 정보를 건네거나 대화를 나눕니다. 다양한 주제로 말이죠. 이곳에선 포식자 같은 직원에게 둘러싸이는 기분을 느끼는 대신 뭔가를 발견하고, 배우고, 들어서 올 때보다 나갈 때 환대받았다는 인상을 받곤 합니다.
어떤 향기는 저에게 선명한 기억입니다. 향기를 통해 누군가를 기억하고, 어떤 이의 기억 일부가 되는 삶을 떠올려봅니다. 풍족한 삶은 아니더라도 풍성한 삶이지 않을까요. 여러분도 스쳐 가는 향에서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추억을 가지고 계신가요?